추석 연휴에 해외로 나갈 생각으로 항공권 검색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번 주 뉴스 하나쯤은 꼭 봤을 것 같다. 국제선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9월부터 큰 폭으로 오른다는 소식. 사실 필자도 지난주까지 "8월 항공권이 제일 쌀 때다" 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막상 금액표를 보니까 말이 안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9월 1일 이후 발권분부터 유류할증료 단계가 8월의 14단계에서 21단계로 7단계나 뛴다. 미국 같은 장거리 노선은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만 이달보다 최대 19만원 가까이 비싸진다. 4인 가족이면 유류할증료로만 280만원이 넘어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하나씩 정리해봤다.
9월 유류할증료, 4개월 만에 다시 인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9월 1일부터 30일까지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유류할증료 21단계를 적용한다. 8월의 14단계보다 7단계 오른 수준이고,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등급이다.
사실 유류할증료는 지난 5월 33단계로 정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내려가고 있었다. 8월엔 14단계까지 떨어졌는데, 한 달 만에 다시 21단계로 껑충 뛰었다. "이제 좀 싸지나?" 했던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뒤통수다. (필자도 그중 한 명이다.)
항공사별로 얼마나 오르나
인상 폭은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한항공은 이달 대비 36%, 아시아나항공은 42% 올랐다. 노선별 편도 기준 금액은 이렇게 정리된다.
대한항공 — 편도 4만8,000원 ~ 35만4,000원
| 노선 구분 | 8월 | 9월 | 증감 |
|---|---|---|---|
| 단거리 (인천~후쿠오카·칭다오·선양 등 500마일 이하) | 3만5,200원 | 4만8,000원 | +1만2,800원 |
| 장거리 (인천~뉴욕·LA·시카고·토론토 등 6,500마일 이상) | 25만9,200원 | 35만4,000원 | +9만4,800원 |
미국 장거리 노선을 왕복으로 타면 8월 51만8,400원이던 유류할증료가 9월엔 70만8,000원이 된다. 뉴욕 왕복이면 항공운임과 세금을 빼고 기름값만 1인당 약 70만원인 셈이다. 4인 가족이면 280만원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 — 편도 5만2,000원 ~ 29만100원
아시아나도 비슷한 흐름이다. 후쿠오카·옌지·다롄 같은 단거리 노선은 편도 5만2,000원, 뉴욕·런던·파리·시드니 같은 장거리 노선은 편도 29만100원이 부과된다. 8월(3만6,600원~20만2,900원)과 비교하면 최대 8만7,200원 오른 금액이다.
왜 이렇게 오른 걸까 — 국제유가 25% 급등
이번 인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항공유 가격 급등이다.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이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평균 배럴당 149.29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산정 기간(배럴당 119.06달러)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30.23달러, 25.4%나 오른 것이다.
오른 이유는 뻔하다.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졌고, 여기에 중동·러시아 정유시설의 가동 차질까지 겹치면서 원유보다 정제제품(항공유·경유) 가격이 더 크게 뛰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원유 공급은 회복되는데 석유제품 시장은 빠듯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더 걱정되는 건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10월 유류할증료에는 8월 중순 이후 유가 흐름이 반영되는데, 최근 브렌트유가 장중 91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상승세다. 항공업계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10월에도 추가 인상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유류할증료, 어떻게 계산되나
유류할증료가 왜 매번 금액이 다른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계산 구조도 짚고 넘어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 기준은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MOPS) — 한국 출발 국제선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 산정 기간은 전전월 16일~전월 15일 — 예를 들어 9월분은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의 평균 가격으로 정해진다.
- 가격에 따라 단계가 정해진다 — 갤런당 150센트를 넘으면 1단계가 시작되고, 10센트 오를 때마다 1단계씩 오른다. 국제선은 최대 33단계까지 있다.
- 단계 × 노선 거리 = 금액 — 비행 거리가 멀수록 유류할증료가 비싸지는 구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금액이 똑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 다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은 동일한 단계표를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공운임과 별도로 부과되기 때문에, 마일리지로 표를 끊어도 유류할증료는 현금으로 내야 한다. (이거 처음 알면 다들 놀란다.)
추석 연휴 항공권, 언제 사는 게 유리할까
이번 인상이 특히 아쉬운 이유가 있다. 올해 추석이 9월 25일(금)이라서다. 법정 연휴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주말까지 포함하면 나흘이다. 추석 직전에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오르니, 연휴에 해외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은 그대로 맞고 들어가는 셈이다.
예매 시점 관련해서 알려진 실무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다.
- 대형항공사는 출발 약 1년 전부터 예매가 열린다. 2026 추석분은 이미 지난해 가을에 오픈됐다.
- 국제선은 보통 출발 2~4개월 전 예매가 유리하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일본·동남아 같은 근거리 노선은 좌석 회전이 빨라 더 일찍 잡는 게 안전하다.
- 연휴 피크는 출발 9월 24일 오전, 귀국 9월 27일이다. 이 구간이 가장 비싸다.
- 하루만 비껴가도 가격이 확 달라진다. 연휴 첫날(24일) 대신 추석 당일(25일) 출발로 바꾸면 노선에 따라 평균 43%까지 싸진다는 실측 비교도 있다.
8월 안에 발권하면 유류할증료는 그대로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다. 유류할증료는 비행기 타는 날이 아니라 표를 사는 날(발권일) 기준으로 부과된다.
즉, 8월 31일까지 발권하면 14단계(현재 금액)가 그대로 적용되고, 9월 1일 이후에 발권하면 21단계(인상 금액)가 붙는다. 미국 왕복 기준으로 발권 시점을 하루만 넘겨도 최대 19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이미 여행 일정이 확정됐다면 8월 안에 결제를 끝내는 게 확실히 이득이다.
다만 유류할증료만 보고 무작정 지금 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운임 자체는 예약 시점에 따라 계속 변하고, 피크 날짜의 기본 운임이 워낙 비싸서 유류할증료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경우가 많다. 일정이 확정된 노선은 지금, 날짜를 유동적으로 잡을 수 있다면 피크를 피한 날짜로 9월 초 이후 시세를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항공권 가격 비교는 공식 채널에서
이번 인상 금액은 어디까지나 8월 18일 기준 항공사 발표 내용이다. 실제 발권 시점의 금액은 항공사 공지가 기준이니, 출발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겠다.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 공식 홈페이지에서 노선별 유류할증료를 직접 조회할 수 있다.
국제유가 흐름이 궁금하다면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서 국제유가 추이를 확인할 수 있고, 출발일 기준 항공편·터미널 정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보면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인상이 딱 추석 연휴 예매 시즌과 겹친 게 제일 아쉽다. 유류할증료는 유가에 따라 매달 바뀌는 구조라서 언제 오를지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다. 일정이 정해졌다면 8월 안에 발권하는 게 9월 이후보다 최소 몇만원에서 최대 19만원까지는 아낄 수 있다는 것. 추석 연휴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오늘 폰에 알람 하나 걸어두면 어떨까. (필자는 벌써 걸어놨다.)